평택지방해양수산청과 평택시가 21일 평택항에서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연료 공급(벙커링) 실증사업에 착수했다. 운항 중인 선박에 LNG를 연료로 공급하는 벙커링을 수도권 관문항인 평택항에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으로, 부산·울산·광양에 이어 평택항이 친환경 선박연료 보급 경쟁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는 의미다.
이날 평택항 동부두에서는 LNG 벙커링 전용 선박이 컨테이너선에 시험 급유를 진행했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은 "이번 실증을 시작으로 2027년 상업 운영 체제 전환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왜 지금 LNG인가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 함량 상한을 0.5%로 강화했고, 2023년에는 2050년 무렵 국제해운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감축 전략을 채택했다. 중유 중심으로 움직여 온 글로벌 해운업이 연료 자체를 바꿔야 하는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LNG는 그 과도기 연료로 주목받는다. 중유와 비교해 황산화물(SOx)은 사실상 전량, 질소산화물(NOx)은 약 80%, 미세먼지는 90% 이상 줄어든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15~25% 수준으로 제한적이지만, 당장 규제를 충족하면서 향후 바이오 LNG·e-메탄올 등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중간 다리'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전 세계 LNG 추진 선박은 2020년대 들어 매년 두 자릿수로 늘고 있다.
평택항이 쥔 카드
평택항의 가장 큰 강점은 배후의 기존 인프라다. 평택·당진 일대에는 한국가스공사 평택생산기지가 있어, 벙커링용 LNG를 장거리로 운송하지 않고도 조달할 수 있다. 별도의 대규모 저장기지를 새로 짓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초기 투자 부담을 크게 낮춘다.
물동량 기반도 갖췄다. 평택항은 국내 자동차 수출 1위 항만이자 대(對)중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핵심 거점으로, 정기 항로를 운영하는 선사들이 이미 평택을 드나든다. 이들이 평택에서 연료까지 채울 수 있다면 항만의 '체류 가치'가 높아진다.
"벙커링 인프라는 단순한 연료 보급소가 아니라, 어떤 선사를 우리 항구로 묶어둘 수 있느냐의 문제다. 연료를 채우러 들어온 배는 화물도 함께 처리하게 된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 항만물류과 김OO 과장
기대와 과제
지역 경제 측면의 기대는 분명하다. 친환경 선박 입항이 늘면 컨테이너 처리량 확대로 이어질 수 있고, LNG 벙커링 운영·정비·안전관리 등 새로운 직군의 일자리 수요도 생긴다. 평택시는 "친환경 항만이라는 브랜드가 삼성·LG 등 평택의 첨단산업 이미지와 결합하면 도시 경쟁력 자산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LNG는 영하 162도의 극저온 상태로 다루는 만큼 누출·화재에 대비한 안전 규정과 전문 인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항만 인근 주민의 수용성, 그리고 LNG가 결국 화석연료라는 점에서 환경단체가 제기하는 '징검다리 연료 무용론'도 풀어야 할 숙제다. 부산항이 이미 벙커링 실적을 쌓고 있어, 후발 주자인 평택항이 가격·서비스에서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향후 일정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은 올해 안에 실증 운항 데이터를 토대로 벙커링 안전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 중 전용 계류시설과 추가 벙커링 선박 투입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평택시는 관련 기업 유치와 전문인력 양성과정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